5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총 11만 3,139대로 집계되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9%, 전달 대비 무려 12%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통상적으로 봄철, 특히 5월은 가정의 달이자 나들이와 여행 수요가 높아 자동차 판매가 활발해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다고 분석하지만, 단순한 경기 요인 외에도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우선 5월은 황금연휴가 포함된 달이었고, 연휴 기간 동안 영업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차량 계약이나 출고가 차질을 빚은 것이죠. 또한 연휴 동안 국내보다 해외로 나가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동차 구매를 미룬 소비자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일부 제조사들은 출고 지연 이슈도 함께 겪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5월 판매량 감소는 경기 침체와 함께 연휴, 수출입 흐름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브랜드별 명암,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브랜드별로는 희비가 극명히 갈렸습니다. 가장 심각한 하락세를 보인 곳은 쉐보레입니다. 총 1,388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9.8%나 줄었습니다. 이는 신차 부족과 마케팅 부재, 그리고 철수설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판매 중인 모델도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콜로라도 정도에 불과해 소비자 선택 폭이 너무 좁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반면 KGM은 무소 EV 덕분에 3,560대를 기록하며 선방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이라는 독특한 콘셉트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르노코리아도 그란콜레오스 단일 모델로 4,202대를 팔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고, 제네시스는 국내보다 미국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졌습니다. 현대와 기아는 각각 49,449대, 45,125대를 기록했지만 전달 대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브랜드별 성과를 종합하면, 전기차 혹은 개성 있는 모델을 출시한 브랜드가 조금 더 선방한 한 달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델별 판매 순위, 누가 1위를 차지했을까?
차종별로 보면 5월에도 SUV 모델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1위는 기아 쏘렌토로 7,734대 판매를 기록했고, 2위는 현대 팰리세이드(7,682대), 3위는 기아 카니발(6,651대)이 차지했습니다. 상위권 모델 모두 하이브리드 또는 대형 SUV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팰리세이드는 판매된 차량 중 6,100대 이상이 하이브리드 모델로, 친환경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반떼(6,310대), 스포티지(5,295대), 싼타페(4,969대), 그랜저(4,597대) 등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톱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전기차 모델들은 전체적으로 부진했습니다. EV9(178대), EV3(866대), 아이오닉5N(29대) 등은 가격이나 라인업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드러냈습니다. 아이오닉9은 그나마 867대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기대보다는 낮은 성적입니다. 고성능이나 고가 모델보다는 실속 있는 SUV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정말 인기가 떨어진 걸까?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테슬라는 5월에만 6,500대 넘게 판매하며 수입차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모델 Y가 6,200대를 기록해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했죠. 반면 국내 브랜드 전기차는 판매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다양합니다. 먼저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큽니다. 지역별로 예산이 소진되거나 신청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실제로 구매 가능한 소비자가 제한됩니다. 두 번째는 상품 경쟁력입니다. 현대·기아 전기차는 여전히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비슷한 가격이면 수입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많아졌습니다. 세 번째는 라인업 다양성 부족입니다. 테슬라는 1~2개의 모델로도 강력한 브랜딩과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지만, 현대기아는 전동화 전략에 있어 아직 단기적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수요 자체가 줄었다기보다는 국내 브랜드의 시장 대응 전략이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자동차 시장 트렌드, 중형 SUV가 강세다
5월 판매 순위를 보면, 중형 SUV가 여전히 가장 강한 트렌드입니다. 쏘렌토, 팰리세이드, 카니발, 스포티지, 싼타페 등 모두 중대형 SUV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이동 수요와 실용성, 다양한 전동화 파워트레인(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선택 가능성이 중형 SUV의 인기 요인입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함된 SUV는 긴 출고 대기 시간을 감수하고도 소비자가 몰리는 제품입니다. 예를 들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6개월 이상,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8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하니, 그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형 SUV나 고성능 모델, 그리고 EV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차들은 시장에서 제한적인 수요만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아직까지 '실용성과 가성비' 중심의 소비 성향이 뚜렷하며, 여기에 친환경 기술이 더해진 중형 SUV가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6월 이후, 자동차 시장의 전망은?
이제 중요한 것은 6월 이후 시장 흐름입니다. 연휴가 끝났고, 일부 제조사는 신차 출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물량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상반기 마감을 앞두고 각 브랜드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 일부 반등이 기대됩니다. EV3, GV70, 아이오닉 9 등 기대 모델의 마케팅이 활발해지면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경기 불황과 금리 부담, 연료비 변동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하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관련해서는 보조금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지원 정책이 뒷받침될 때, 소비자들은 다시 전기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자동차 시장은 단기적 불황이지만, 구조적으로는 SUV 중심, 전동화 가속, 브랜드별 격차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